BUSINESS | 2026년 9월 | 4 MIN READ
왜 좋은 IP는 수집하고 싶어질까?
하나의 콘텐츠가 다른 소비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순환 구조가 오래가는 IP를 결정한다.
WRITER Seoyeon
수집이란 무엇일까. 유물들을 수집하면 박물관이 되고, 미술품을 수집하면 갤러리나 미술관이 된다. 책을 수집하면 도서관이 된다. 즉 수집은 모으는 행위 자체보다 무엇을 모으느냐가 그 수집의 색을 결정한다. 수집품을 모은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싶다는 마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바라만 봐도 마음이 흡족해지는 자신만의 컬렉션과 애정이 담긴 사물들은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다만 어떤 대상을 모으느냐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예전에는 미술품, 도자, 서예처럼 이른바 고풍스러운 대상만이 진정한 수집으로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장난감, 캐릭터 상품, 인형 등으로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수집이라는 키워드는 지식재산권 (IP,Intellecture Property) 사업, 그중에서도 콘텐츠 산업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콘텐츠 범람의 시기에 좋은 IP란 무엇일까. 좋은 IP란 하나의 콘텐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계속해서 원하고 돌아오게끔 만드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가 가장 잘 드러나는 대표적인 IP로 포켓몬을 꼽을 수 있다. 포켓몬은 수집이라는 구조가 스토리 자체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IP다.

포켓몬 시리즈은 1996년 포켓몬스터 레드·그린의 발매로 시작되었다. 주머니에 들고 다니는 몬스터라는 뜻의 포켓몬은 야생과 마을을 돌아다니며 포켓몬을 잡고, 친구들과 교환하고, 배틀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갖는다. 즉 포켓몬의 서사 자체가 주머니라는 자신만의 공간에 다양한 포켓몬들을 수집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 수집은 서로 동료가 되어 마음을 나누는 관계가 기반되어 있다.) 동시에 포켓몬은 무료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방영하며 팬층을 넓혀 텔레비전으로 포켓몬에 친숙해진 이들은 다시 유료 게임의 소비자가 되거나, 굳이 게임을 플레이 하지 않아도 포켓몬의 코어 팬층이 되었다. 그리고, 2016년 미국의 증강현실 게임사 나이언틱이 무료로 배포한 포켓몬 고는 현실에서도 포켓몬을 잡을 수 있다는 충격을 일으키며 포켓몬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듯한 경험을 만들어냈다.
포켓몬 IP는 여러 분야에 퍼져있기 때문에 디지털 게임만 즐기는 사람이나, 인형을 모으는 사람 등 구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분야가 만들어지기까지 정교하고 엄밀히 설계된 소비 구조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는 상품에서 더 큰 구매를 결정하는 상품으로 소비를 이동시키는 순환 고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문자 대부분은 저렴한 포켓몬 카드나 스티커, 인형 혹은 무료 애니메이션으로 포켓몬을 처음 만난다. 이렇게 소유하게 된 대상에 대해 알아보고 궁금해하는 것으로부터 애착이 형성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유튜브 콘텐츠 혹은 포켓몬 고와 같이 무료 모바일 게임의 소비로 이어진다. 이후 새로운 영화나 유료 게임을 구매하는 단계를 거치며 코어 팬으로 진화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다리가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어 팬들은 다시 게임 속의 포켓몬 카드를 모으고 자체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이 IP의 매력을 접할 수 있도록 이끈다. 즉, 굿즈가 게임을 홍보하고, 다시 게임이 굿즈의 가치를 높이는 각 콘텐츠가 서로의 소비를 계속 이어가게 만드는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 순환 구조 속 최근 숏폼 콘텐츠에서 주목하는 것이 포켓몬 카드다. 조그마한 비닐 팩에 다섯 장가량의 카드가 들어 있어, 카드를 모으는 동시에 친구와 게임도 즐길 수 있는 형태다. 숏폼 영상에는 젊은 세대가 포켓몬 카드를 적게는 한 팩, 많게는 수십 팩씩 개봉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이 콘텐츠가 중독성을 갖는 이유는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상품을 하나씩 확인하는 재미와 더불어, 원하는 카드가 나왔을 때의 기쁨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포켓몬 카드 수집에는 무작위성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이는 게임에서 자연을 돌아다니다가 어떤 포켓몬을 만날지 알 수 없어 늘 마음이 설레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그러나 게임 내에서도 희귀하거나 유명한 포켓몬이 있는 것처럼 카드 안에서도 사람들이 특히 기대하는 카드는 따로 있다. 카드마다 얼마나 희귀한 것인지에 대한 레어도가 표기되어 있고, 이에 따라 일러스트도 달라진다. 흔하지 않은 카드일수록 일러스트의 완성도나 홀로그램 효과가 달라지고,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프로모션 카드라 불리는 특정 이벤트나 대회 우승자에게만 주어지는 카드도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최근에는 카드 자체의 품귀현상으로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른 데다, 구하기 어려운 초기 시리즈 카드들의 가치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는 1990~2000년대에 포켓몬 시리즈를 접하며 자라온 세대가 경제력을 갖추게 되면서, 어릴 적 ‘커서 사’라는 말을 실천하듯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포켓몬 카드를 개봉하고 보관하는 행위는 단순히 종이 조각을 소유하는 것을 넘어선다. 화면 속에서만 존재하던 가상의 세계관을 자신의 방 한 공간에 온전히 들여놓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현실과 콘텐츠를 동기화하는 경험이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즐기던 그 시절의 추억과 더불어, 카드를 한 팩씩 개봉하며 도감을 채워 나가는 행위는 자신이 여전히 포켓몬 마스터로서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는 감각을 주고, 이른바 경험을 수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결국 잘 만들어진 IP의 생명력은 캐릭터의 외형적 매력이나 콘텐츠의 완성도에만 있지 않다. 사람들의 삶 속에 얼마나 깊이 침투할 수 있으며, 그들이 모으고 싶다는 '수집욕'을 돋구도록 만들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포켓몬 카드를 수집하는 것은 가장 순수했던 시절과 조우하는 경험이자, 이를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새로운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가는 행위로 나아 가기도 한다. 그러므로 IP 산업에서는 소비자가 자신만의 ‘수집관’을 만들고 싶어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