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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 권과 떠나는 혼자 하는 여행

CULTURE | 2026년 9월 | 3 MIN READ

책 세 권과 떠나는 혼자 하는 여행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만나는 세 권의 내면의 거울’

WRITER Ashley Kang

여행 가방은 단순한 짐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아티클에서는 혼자 떠나는 여행에 가져갈 책으로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김정운의 『말하지 않고 말하기』를 소개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 여행의 본질과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 그리고 타인과의 비언어적 소통을 담담한 문장들을 통해 깨닫게 도와줍니다. 이 책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제나 여행을 떠나기 직전의 캐리어와 배낭은 내가 반드시 챙겨야 하는 필수품부터 없으면 안 되는 애착품까지 가득 차 있습니다. 가득 차 있는 캐리어를 들여다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는지까지 나의 가치관이 한눈에 드러납니다. 비상약의 종류에서 불안을 읽고, 옷가지의 화려함에서 낯선 곳에서의 설렘을 읽듯이 말이죠. 이번 혼자 하는 여행에서만큼은 타인의 시선과 기준에서 벗어나, 내 자신의 진짜 취향과 내면의 목소리를 채워줄 뜻깊은 문장들을 가방 속에 넣어가 보려 합니다. 디지털 화면 속 가벼운 활자 대신, 가방의 물리적인 무게를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만한 도서들입니다. 낯선 환경 속에서 온전히 나만의 속도로 펼쳐졌을 때, 비로소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비추어 세 권의 거울을 소개합니다.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

가방 속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언제든 쉽게 꺼낼 수 있도록 손때가 묻은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인도의 먼지 날리는 길 위에서, 혹은 언어도 환경도 다른 낯선 공공장소에서 류시화 시인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여정을 걷고 있나요?”. 이 책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다가올 때마다 한 줄기의 빛이 되어줍니다. 가고 싶었던 레스토랑을 긴 웨이팅 때문에 못 갔을 때, 비가 우수수 쏟아져 옷부터 신발 속 양말까지 다 젖었을 때, 그것이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나의 여행 가방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자유로운 영혼의 무게가 됩니다. 예측 불가능한 도로 위에서 나만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고 싶을 때, 가만히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를 펼쳐보세요.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경쾌한 통찰과 일상의 환기가 필요하신가요?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는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가볍게 꺼내 읽기 좋은 책입니다. 김영하 작가의 담담하면서도 날카로운 문장들은 우리가 왜 편안한 집을 떠나 굳이 여행을 갈망하고 낯선 곳에서의 경험을 원하는지의 근원적인 이유를 파고듭니다. 떠남으로써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온전한 나 자신’과 일상의 굴레를 벗어나는 속 시원한 글들이 에세이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김영하 작가의 글에서 마지막쯤에 다다르면 주변을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숨 쉬고 있는 이 낯선 공간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스스로 정의하고 있는 또 다른 나를 찾게 될 것입니다.

김정운의 <말하지 않고 말하기>

김정운의 <말하지 않고 말하기>는 낯선 나라에서 통하지 않는 언어와 문화가 공존하는 환경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책입니다. AI가 실시간으로 쉽고 간편하게 번역해 주는 시대라지만, 여행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현지인의 따뜻한 눈빛과 손짓 같은 비언어적인 소통입니다. 김정운 작가는 지적인 심리학적 이론을 통해 왜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우리 일상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하는지 알려줍니다.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낯선 이들의 몸짓을 이해하고, 역으로 내가 그들에게 베풀 수 있는 품격 있는 배려가 무엇인지 깨닫게 도와줍니다. 이 책을 담아간다는 것은 이 여행에서 타인과 더욱 깊게 교류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가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행의 지퍼 가방을 닫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 됩니다. 타인의 추천이나 SNS 알고리즘 물건 대신 담아가는 묵직한 책 세 권을 가방 안에 담은 당신은, 이미 남들에게 보여주는 여행이 아닌 나의 내면을 채우는 여행을 가기로 한 약속을 한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혼자 남겨진 공간에서 읽는 문장들은 낯선 풍경과 버무러져 오직 나만의 기억으로 재탄생해 오래오래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번 혼자만의 여행이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온전히 쓰인 시간으로 채워져 나의 진짜 취향과 내면을 발견하는 눈부신 시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결국 여행은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곳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가방 속에 담긴 세 권의 책은 낯선 풍경과 상황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며, 여행을 더욱 깊고 의미 있게 만들어줍니다. 이번 혼자만의 여행이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의 취향과 내면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